장학생 추모사

420 27기 한혜윤 (故)송원 김영환 회장님 4주기 추모식 2018.03.21

존경하는 회장님께

회장님, 송원 김영환 장학회 27기 한혜윤입니다. 저희 송원 가족들이 이렇게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이곳 단양공장의 저 우렁찬 자갈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하셨던 회장님, 이제는 저 소리가 회장님께서 ‘어서 오너라’ 하시며 저희를 반기시는 소리와 같이 들립니다.

회장님, 생전에 늘 그랬듯이 오늘도 회장님께 편지를 올립니다. 회장님, 9년 전 제가 대학교 2학년이었을 때, 처음 뵈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태어나 처음 겪어 보는 세상의 모진 한파에 몸을 한껏 움츠리며 회사 건물에 발을 디뎠던 날이었습니다.

김해련 회장님과 장학회 선배님들께서는 따뜻한 미소와 온마음으로 전해지는 위로로 저를 맞이해주셨고, 회장님께서는 어린 학생의 어려움에 함께 마음 아파하시며 말없이 담배를 태우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날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따뜻함에 긴장이 풀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학회의 행사에 참여할 때 저는 늘 놀라곤 하였습니다. 감사드린다는 표현으로 저희의 마음을 전해드리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뭐라 말씀도 채 못 드리는 저희 장학생들에게 회장님께서는 되려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회장님, 오늘도 회장님께서는 회장님을 찾아온 저희를 보며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겠지요?

이처럼 회장님에 대한 기억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송원 그룹의 회장님이신데도 비행기에서 늘 이코노미 석을 타시고 회사 근처의 밥집에서 식사를 하신다는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항시 세상 속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실 최고 경영자이시나 현자의 얼굴을 하고 계신 회장님께서는 삶 그 자체가 구도자의 삶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삶의 목적은 자라나는 어린 떡잎을 보호하고 키우시는 데 있으셨습니다.

정말로 회장님께서는 그 떡잎들을 귀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회장님, 저와 언니들이 세배를 드리러 집무실로 찾아뵈었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그 바쁘신 일정 와중에도 환하게 맞이해주셨고 조언과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저와 언니들이 세배를 드리려고 방석을 들자,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방석을 뺏으시며 ‘귀한 손님에게 절을 시킬 수 없다’고 하셨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장학생들이 기죽지 말고 당당하고 귀하게 대접받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님께서 많이 편찮으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 아직 은혜를 다 갚지도 못하고 효도도 못해드렸는데… 나중에 월급 타서 빨간 내복 들고 오겠다고, 괜찮은 사람도 데리고 와서 회장님께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제발 부디 더 오래오래 사시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 회장님께 맡기실 일이 많았는지 그리 빨리 떠나셨습니다.

하관식 날 장지에 가는 길은 슬프기만 한데 어찌 날은 그리도 아름답던지 ‘아 회장님께서는 가시는 때까지도 장학생들에게 멋진 풍경 구경을 시켜주시는구나, 마지막까지도 여행을 시켜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 곳 백광소재 단양공장 입구에서 깊은 슬픔과 존경의 마음으로 회장님을 모신 차를 향해 일제히 인사하시는 직원 분들을 보며 ‘아 정말 고귀하신 삶을 사셨구나’하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장지에는 또 어찌나 예쁜 나비들이 날아다니던지.. 옛말에 고인께서 좋은 곳에 가시면 나비가 보인다던데, 깊은 슬픔에 잠긴 와중에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길상사에서 49재를 지내며 기도드리다 저는 한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회장님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회장님께서 저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힘들 때마다 또 갈림길에 설 때마다 회장님께 마음으로 조언을 드리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도 더 저희 장학생들의 삶에, 송원 가족의 삶에 가까이서 도움을 주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희가 꽃 피울 수 있도록 햇빛이 되어주시고 바람이 되어주시고 물과 별이 되어주신 회장님께 시 하나를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꽃들이 아름다운 까닭 김용해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그러나 꽃들은
혼자서 피지 않았습니다

햇빛이 와서 피고
바람이 와서 피고
강물과 별들이 와서
함께 피었습니다

그래서 꽃들이 말했습니다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자연이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피기 때문이라고

회장님께 받은 이 많은 은혜를 미처 다 갚지 못하겠지만
송원 가족 안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서로가 햇빛이 되어주고 바람이 되어주고 물과 별이 되어주는,
그래서 여리고 작은 꽃씨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저희가 되겠습니다.

회장님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송원 김영환 장학재단 27기 한혜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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