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추모사

421 13기 권순현 (故)송원 김영환 회장님 5주기 추모식 2019.03.21

우리들의 아버지 김영환 회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송원장학회 13기 권순현입니다. 오늘이 회장님의 5주기 추모식이고, 제가 우리 송원장학회 가족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추모사를 하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회장님이 이제 우리 곁에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2003년 저의 외무고시 합격 소식을 전해 드리러 간 날, 2006년 저 결혼한다고 아내와 함께 인사드리러 갔던 날 그러셨던 것처럼 “어, 왔나” 이러시면서 반가운 미소로 맞이해 주실 것만 같습니다.

제가 중국으로 해외 근무를 떠나기 전 2010년에 이태원의 한 호텔에서 열린 “홈커밍 데이”에 아내와 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갔었는데 그게 회장님을 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중국에 이어 루마니아에서 대사관 근무하던 중 회장님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황망했습니다. 저는 인터넷 뉴스에 실린 회장님을 기리는 여러 기사를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지금이야 회장님 생전의 훌륭한 모습을 전하는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편입니다만, 회장님을 오래 동안 뵈 왔지만 정작 회장님에 대해 제가 잘 몰랐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회장님이 어떠한 마음으로 회사를 일구시고, 장학생들 하나하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의 숭고한 삶에 숙연해지고, 제가 송원장학회 출신이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기사 중에는 회장님께서 장학생 중에 좀 비딱했는데 송원장학회 MT에서 발을 다친 장학생을 들쳐 업고 병원에 데려다 줄 정도로 변화된 모습에 흐뭇해하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의 저도 항상 주위를 탓하며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많았던 아이였습니다. 재수 끝에 대학교에 갔지만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없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송원장학회에서 MT다 연말모임이다 하면서 나오라고 연락이 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해 다녔습니다.

기억이 가물하지만 김영환 회장님을 직접 뵌 것은 신촌 연대 앞 불고기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님은 어색함에 잔뜩 긴장해 있던 저를 단번에 무장해제 시키는 미소를 만면에 머금고 자꾸 제게 소주를 주셨고, 또 회장님은 우리 장학생이 따라드린 잔을 모두 비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회장님은 말씀도 몇 마디 안 하셨습니다. 제가 당시 취해 기억을 못하는 건지 모르지만 “서로 도우면서 살라”고만 하셨습니다. 당시 저에겐 그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회장님의 맑은 영혼이, 회장님의 진실한 마음이 담긴 한 마디는 백마디 미사여구로 가득한 설교보다 강한 힘과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는 송원에 조금씩 녹아들어 갔고, 특히 송원장학회 MT라면 열 일 제쳐두고 참석하는 송원장학회 MT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지만 MT에 회장님이 오셔서 밤새 장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소주마시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회장님과 함께 등산하고, 점심을 하면서 소주마시고, 서울로 돌아오면 또 헤어지기 아쉬워서 뒷풀이 하면서 소주마시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 갔습니다.

 

 



회장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은 우리가 기대며 지낼 수 있는 송원장학회 가족을 만들어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요즘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만 빠져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적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고학생 시절 회장님께서 나중에 사업을 하고 싶고, 부자가 되어야겠다고만 생각하셨다면 오늘의 송원장학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송원장학회는 올해까지 총 615명의 장학생을 배출하였고, 부경고 장학생까지 합치면 총 700명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건 송원장학회를 위해 정직한 사업가로서 깨끗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에 걸쳐 실천하신 회장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우리들도 회장님께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회장님이 몸소 보여주신 가르침을 되새기고 서로 도우면서 살겠습니다.

항상 그러하셨듯이 따스하고 온화로운 미소로 우리들을 지켜봐 주십시오.

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끝.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