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추모사

778 30기 조동섭 (故)송원 김영환 회장님 추모글 2014.05.23

송원은 따뜻함이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님의 새살림, 이혼한 상태에서 갈 곳이 없어 시댁에 사는 어머니를 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제 자신이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신 부모님, 무한한 사랑으로 돌봐 주신 조부모님, 그리고 “환경, 조건을 논하기 전에 주어진 상황에 네가 최선을 다했냐”고 항상 저를 채찍질하면서 보살펴 준 누나 덕분입니다. 아버님의 친구분들께서 고등학교 학비와 용돈을 지원해주시고, 선생님들께서 지역 장학금을 추천해주신 덕분에 등록금이 비싼 연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장학생으로 추천해주신 지도 교수님 덕분에 송원이라는 또 한 번의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는 정말 복도 많고 받은 것도 많은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습니다.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공부, 아니 그 어디에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는 빚지게 하고 싶지 않다며 모든 벌이를 제 학비에 쏟으셨고 그렇게 1년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저는 학자금 대출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학년이 끝날 무렵 지도 교수님께서 저를 송원 장학생으로 추천해 주셨습니다. 욕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집착하고 싶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다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합격 발표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학내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마련하고 지도 교수님께 제출하러 백양로를 올라가던 도중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메일을 계속해서 확인했습니다. 교수님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렸고 교수님 또한 많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제가 붙었다면 같이 추천 받았던 그 선배는 떨어졌을 것이기에 기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백양로를 내려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전화를 드리며 펑펑 울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복을 받음에 감사하고, 미안하며, 과분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30기 송원 장학생에 선발되었고 한 학기에 500만 원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Residential Assistant에 합격해 1년간 활동했습니다. 기숙사비를 면제받고 매 학기 장학금 250만 원을 받았습니다. 연세대학교에는 부유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많고, 형편이 나쁘지 않더라도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부모님과 학생에게 큰 부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용돈,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과외를 합니다. 돈에 쪼들려 학교 식당 메뉴 중에서도 싼 밥만 먹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송원 덕에 그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송원하면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송원을 따뜻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재단이 저에게 장학금을 주어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교수님께 받은 공고에는 자유 전공 학생 2명 추천, 1명 선발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앞에도 썼듯이 제가 합격했기 때문에 추천을 받은 다른 형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던 사이도 아니었고, 먼저 연락할 수도 없어 개강 후에 밥 한 끼라도 사 드릴 생각이었는데, 그 형과 얘기해보니 형 또한 장학생에 선발되었다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했습니다. 장학금이 송원김영환장학재단이라는 법인에서 주는 장학금이 아닌, 따뜻한 할아버지께서 공부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주시는 돈 같았습니다. 장학생이 된 후에 장학 증서 수여식, MT 등 많은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장학 증서 수여식을 의무감으로 참여했고 그 자리가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MT를 가기 전에도 즐겁고 신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MT에 갔다 오면서, 아니 MT 첫날 밤에 이곳에 참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T에는 부모님뻘의 선배님들에서부터 바로 위 선배님들까지 다양한 송원인들이 참가했습니다. 형, 누나, 삼촌, 아버지 같은 분들과 함께한 MT가 어떻게 그렇게 즐겁고 편안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정말 가족처럼 관심 가져 주시고 챙겨주시는 선배님들 덕에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이 짧은 글을 쓰면서 몇 번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해 준 송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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